눈이 내리기 시작한 11월 첫 주말,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더니 목소리가 유난히 늘어지고 말이 더듬거리듯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됩니다.
추워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사실 그 늘어지는 말투가 몸의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날씨 탓으로 돌리기 쉬운 몸의 변화 속에 저체온증 초기증상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홀로 계신 어르신은 스스로 추위를 호소하기 어렵거나,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체온증이란, 중심체온이 떨어진 상태
저체온증은 몸의 겉이 아니라 속, 즉 심장이나 뇌 같은 핵심 장기의 온도가 정상 범위보다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몸은 보통 중심체온을 36.5도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추운 야외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날이 풀린 날 산에 올랐다가 비를 맞고 체온을 잃은 등산객이나, 난방이 약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자다가 체온이 떨어진 어르신 모두 응급실을 찾게 되는 대표적인 상황입니다.
방수 기능 없는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체온이 빠르게 빠져나가므로 겨울철 야외활동 뒤에는 옷 상태부터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내려가는 정도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 35도에서 32도 사이의 가벼운 단계에서는 대부분 스스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32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의식에 영향을 주는 중증 단계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이 경계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며, 초기에 열을 보충해 주면 악화를 막을 수 있어 초기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체온증 초기증상,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면
저체온증 초기증상은 감기와 헷갈리기 쉬워 더 위험합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는 춥다는 느낌과 함께 몸이 떨리는 것인데, 이 떨림은 몸이 스스로 열을 만들려는 방어 반응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행되면 떨림이 오히려 멈추면서 말이 느려지고, 대답이 한 박자씩 늦어지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게 됩니다.
손끝이 굳어 단추를 잡지 못하거나, 걸음이 비틀거리는 것도 체온이 떨어지면서 근육과 신경의 반응이 느려진 신호입니다.
상황 판단 자체가 무뎌지기 때문에 본인은 괜찮다고 하면서 오히려 겉옷을 벗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시기를 지나면 의식이 흐려지며 응급 상황으로 넘어갑니다.
가족이 함께 있다면 평소보다 말이 느린지, 대답이 어눌한지, 손움직임이 둔해졌는지를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신호를 확인할 때 주의할 점은 춥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것입니다.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추위를 인지하는 감각 자체가 둔해져서 본인은 크게 춥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변에서 말투와 표정, 움직임의 변화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발가락이나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고 감각이 없어지는 동상은 노출 부위의 동상과 몸 전체의 저체온증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으니 겨울철 야외 활동 뒤에는 손발 상태도 같이 살펴 주어야 합니다.

어르신이 유독 위험한 이유
같은 실내 온도라도 젊은 사람과 어르신이 느끼는 추위의 위험은 다릅니다.
나이가 들면 떨림 반응과 혈관 수축 같은 체온 조절 능력 자체가 약해져서, 젊은 사람이라면 떨면서 버티는 온도에서도 어르신의 체온은 조용히 떨어집니다.
근육량이 적어 만들어내는 열이 적고, 피부의 온도 감각도 둔해져서 위험한 시점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말초신경 손상으로 추위 감각이 더 무뎌지고, 갑상선 기능이 낮으면 대사가 느려져 체온 유지가 더 어려워집니다.
진정제, 수면제, 일부 혈압약은 혈관 확장이나 진정 작용으로 열 손실을 키울 수 있어, 평소 약을 여러 개 드시는 어르신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지내시는 어르신도 많은데, 검약한 습관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족이 챙겨야 합니다.

실내에서도 저체온증은 온다
저체온증 하면 눈 쌓인 산이나 한파 속 거리를 떠올리지만,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 중에는 실내에서 체온을 잃은 어르신이 적지 않습니다.
실내 저체온증은 주로 난방이 충분하지 않은 방에서 밤새 지내면서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불을 덮고 자는 동안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말이 어눌하고 몸이 굳어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겨울철 새벽은 하루 중 실내 온도가 가장 낮은 시간대이면서 어르신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욕실에서 샤워 중에 젖은 채로 오래 있거나, 젖은 내의를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것도 체온 손실의 흔한 원인입니다.
가족이라면 하루 한 번은 안부 전화로 목소리를 확인하고, 방문이 어렵다면 온도계를 통해 실내 온도를 함께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르신 댁 실내 온도를 원격에서 확인하거나 이상 시 알림을 주는 보일러 연동 서비스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 거리가 먼 자녀가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실온이 낮은 복도나 욕실에서 체온을 잃는 일도 흔하므로, 욕실과 복도에 난방이나 보조 난방기를 두는 것도 겨울철 실내 안전에 도움이 됩니다.

의심될 때 대처 순서와 병원에 가야 할 때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먼저 실내 온도가 있는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을 벗긴 뒤 마르고 따뜻한 담요나 겉옷으로 몸을 감싸야 합니다.
따뜻한 물이나 당분이 든 따뜻한 음료를 조금씩 마시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흐릿하다면 절대 음료를 강제로 먹여서는 안 됩니다.
주의할 점은 사우나처럼 지나치게 뜨거운 물에 몸을 갑자기 담그거나, 목욕물에 데우는 방식입니다.
몸 겉만 급하게 데우면 혈액이 피부 쪽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차가워진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 상태를 악재로 만들 수 있어, 겉을 따뜻하게 하되 천천히 데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술로 몸을 데우는 방법도 위험한데, 술은 피부 혈관을 확장해 오히려 열을 더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말이 계속 느려지거나 대답이 안 되거나 의식이 흐려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119에 신청하여 독감이나 감기가 아니라도 겨울철 응급상황에 준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병원에서는 중심체온을 측정하고 필요한 경우 느리게 데우는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겨울철 저체온증 예방 수칙
예방의 핵심은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어르신 방은 겨울철에 실내 온도를 18도 이상, 되도록 20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잠들 때 보일러가 꺼지지 않도록 예약 설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층착이 체온 유지에 더 효과적이며, 모자와 목도리, 장갑으로 머리와 목, 손발의 열 손실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머리는 다른 부위보다 열 손실이 많은 부위라서, 실내에서도 실온이 낮다면 가벼운 모자를 쓰는 습관만으로 도움이 됩니다.
외출 전에는 하루 중 가장 추운 새벽과 저녁 시간대를 피하고, 한파·대설 특보가 발령된 날에는 권장되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예방의 기본인데, 몸은 음식을 연소하며 열을 만들기 때문에 아침을 건너뛰면 낮부터 체온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손발이 유독 차가운 분은 수족냉증 원인과 겹쳐 보이지 않도록 평소 몸 상태를 점검해 두시면 좋습니다.
겨울 산행이나 낚시처럼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방수 겉옷과 여벌의 마른 옷을 챙기고, 일행과 자주 대화하며 서로의 말과 행동을 확인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됩니다.
평소와 다른 충분히 두꺼운 이불, 뜨거운 주머니가 아닌 미지근한 온열용품 사용 등 작은 준비가 위험을 크게 줄여 줍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금,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어르신 방의 온도와 하루 한 번의 안부 확인입니다.
추워서 그렇겠거니 넘겼던 말 느림과 늘어짐이 저체온증 초기증상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데우면서 병원 진료를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대처가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진단은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